언주랩 2022 인터뷰
천수림
Q : <낮은 언덕>은 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사진과 비디오 설치, 사운드 작업이다. 꿈에서 시작된 작업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소개해 달라. <낮은 언덕> 제목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A : <낮은 언덕>은 꿈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이 꿈에서 깬 이후에 잠깐 혹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아있게 되면서 시작된 작업이다. 꿈은 실체도, 기반도 없지만 꿈에서 느낀 경험과 감정들을 허구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다. 꿈에서도 현실처럼 “한 명의 시점”으로 세계를 보고 느꼈으며, 현실에서 겪은 경험이 기억에 남는 것처럼 꿈의 경험이 기억으로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지닌 기억을 통해 또 다른 경험과 감정으로 새롭게 재구성되는 꿈이 단지 모호하고 실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재구성되어 나타난 기억의 파편들을 실재하지 않는 꿈으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꿈에서 보는 시점, 관점으로 사진과 비디오 설치, 사운드로 나타낸다.
본인에게 꿈이란 하나의 시공간에 빠져드는 상태이다. <낮은 언덕>이라는 제목에서 ‘낮은’은 높이와 공간을 측정하는 물리적 단어인 동시에 침잠(깊숙이 가라앉는)하는 행위의 연속성을 의미한다. 언덕 또한 그러한데 언덕은 불룩한 공간, 그리고 언덕을 오르는 행위의 연속성, 시간이 깃드는 상태의 접근이다.
Q : <낮은 언덕>은 미니어처, 스톱모션 기법과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A : <낮은 언덕>에서 미니어처를 선택한 이유는 실재하는 대상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고 미니어처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복제 불가능한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실재하는 대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톱 모션과 콜라주 기법을 선택한 이유로는 꿈의 속성을 생각했기 때문인데 장면 장면들이 끊어지고, 원근감이 무너진 꿈의 속성을 생각하며 선택했다. 스톱모션 기법은 장면들이 매끄럽게 보이는 것이 아닌 끊어지듯 보이고, 콜라주 기법은 원근감에 대한 감각을 비틀 수 있는 기법 중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
Q : <낮은 언덕>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미니어처로 제작이 되었는데, 꿈이라는 비현실적인 시공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A : <낮은 언덕>에서 미니어처를 실재하는 대상과 같은 가치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고 사진의 일관된 상호 모순적인 속성을 통해 그 자리에 실재하는 대상처럼 보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미니어처는 대상의 외양에 근접하게 만들어진 형상이다. 대상을 근접하게 만든 미니어처는 결코 그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개인의 해석 또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공통된 판단력으로서, 상식 혹은 양식에 따라 대상과 모형은 상상의 영역에서 같은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꿈과 닮아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Q : 꿈을 꾼 후에는 ‘꿈 일기’를 작성한다고 들었다. 오래된 습관인 것 같은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꿈 일기라는 형식이 생소할 수 있는 관람객을 위해 한 부분을 인용해 달라.
A : 꿈 일기를 쓰게 된 쓰게 된 계기는 여럿 있지만 2017년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쓰게 된 것이 결정적인 것 같다. 군대가 아닌 사회에 있는 친구들과 해맑게 대화하는 꿈을 꾸었을 때 그 꿈들은 군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꿈이었고,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꿈 일기를 쓰게 되었다.
꿈 일기의 형식은 항상 같지 않지만 꿈 일기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일기 혹은 메모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2020년 2월 2일에 꾼 파리 꿈의 시작 부분을 인용하자면 ‘나는 밖을 보고 있다. 차들이 빽빽하게 도로 위에 있다. 요세프가 경적을 울리며 욕을 한다.’ 얼핏 보면 우리가 쓰는 일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의식적 통제의 유무일 것 같다.
Q : <낮은 언덕>을 포위하고 있는 사운드는 어떤 작업인가.
A : <Lip sync>라는 사운드 작업은 폴리 사운드 기법과 채집을 통해 만들어진 사운드 작업이며 꿈 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폴리 사운드 기법과 채집으로 만들어진 <Lip sync>는 같은 공간에서 둘 혹은 셋으로 독립된 사운드로 등장하게 된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각각 독립된 사운드지만 동시에 재생되게 될 땐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폴리 사운드는 그 대상인 척을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소리가 실제 환경에서 발생한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Lip sync>는 일종의 비슷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속이는 작업이다.